

귀인, 당신은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며, 이젠 어떠신가요?
Date : 2017.06.XX
본인 인터뷰
: 굳이 나를 표현해야 할까? 만나보면 알텐데-. 딱 몇 시간만 나랑 놀아보면 알 걸. 나는 나야. 너도 너잖아? 딱히 정의 짓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뭐, 일단은 너도 위에서 시키는 일 때문에 하는 거지? (딱하다는 듯 본다.) 그렇다면 협조는 해줘야겠네.
너무 대충 말한다고 불만스러워 하지마. 나 그래도 꽤 착실히 대답하고 있다구. 뭐, 너도 딱히 내게 흥미를 갖고 다가온 것도 아니잖아. 적당히 비즈니스적으로 대화하자, 이 말이야. 상호 윈윈~알지? 똑똑한 친구네.
난 사실 말야. 본인에게 본인 이야기를 듣는 것만큼 우스운 일도 없다고 생각해. 네가 알아갈 부분이잖아? 사람을 만나기 전에 뒷조사부터 하는 경우는 크게 없을 거야.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아, 어른이 되면 또 다르려나. 아무튼 그런 느낌이네.
아무튼 날 알고 싶다면, 그냥 나랑 좀 놀아주면 돼. 쓸 데 없이 시시덕거리다보면 대충 확실한 감이 올 걸.
별로 뒤로 뭔가를 숨기는 타입은 아냐. 묻고 싶으면 물어보고… 아! 그래서 지금 물어보는 건가? 그런 거라면 좀 미안하려나. 인생은 기브앤테이크잖아? 나에 대해 알고 싶다면, 그만큼 네 수를 보여야지.
Date : 2017.06.XX
학생 A(1학년)의 인터뷰
: 아, 그 선배요? 얼핏 보기에 표정이 살짝 무섭잖아요. 체구가 큰 편은 아니셔서 그런가 위압감은 없는데 눈을 보면 굉장히 날카롭더라고요. 심기라도 거슬렀나 싶어서 도망갈까 고민했는데 갑자기 성큼 다가오시는 거예요. 놀라서 뒷걸음질 쳤었는데… 생각보다 별 일 아니었어요. 옷에 실밥이 묻어 있어서 신경쓰였다나요. 은근히 꼼꼼하신 타입인 것 같아요. 막상 대화해보니 나쁘지 않은 분 같고 …
몇 번 자주 만나다 보니까 잘 웃어주세요. 좀 사람 좋아하는 강아지 같은 느낌도 있고…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거나 하시는데 음, 엄청 꺼려질 정도는 아니에요. 아, 옷을 굉장히 대충 입으셔서 몰랐는데 학생회라는 소문도 있던데요? 진짜인 지는 모르겠어요. 딱히 대외활동에서 얼굴 내미신 적도 없고…. 그냥 제가 관심이 없는 일들이라 못 본 걸 수도 있지만요.
Date : 2017.06.XX
학생 B(학생회 소속/2학년)의 인터뷰
: 아무래도 3학년은 입시철로 바쁘잖아요. 그래서 열성적으로 활동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작년에는 그래도 준수하게 일을 돕는 편이셨던 걸로 알아요. 체력이 좋으신 편이랬나. 학구적인 이미지랑은 드물어서, 아, 옷을 너무 대충 입는다고 다른 선배님들이 뭐라 하신 걸 들은 기억은 있는데… (조용해진다) 딱히 불량하신 편이라기보단 갑갑한 걸 싫어하셔서 그래요. 사실 우리 학교가 그렇게 교칙이 엄한 편은 아니잖아요.
하여간 여러모로 자유분방하신 편이세요. 어쩌다 학생회가 되신 지는 다른 사람들도 의문이었던 모양이에요. 전에 누가 여쭸떠니, 그냥 재밌어보여서라고 하셨던가? 여러 사람이랑 어울리는 게 재밌대요. 생각해보면 그 선배, 사람이랑 대화하는 걸 좋아하시긴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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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7.07.XX
학생 C(?)의 코멘트
: 사람을 가리지 않고 사귀시는 편이셔서, 교내에 아는 얼굴이 꽤 많은 걸로 알아요.
어, 그러니까… … 무슨 이야기인 지는 대충 아실 거라 믿어요.
Date : 20XX.08.XX
본인 인터뷰
: ‘나’에 대해선 잘 몰라. 주변 평가는 글쎄, 준수하게 받는 편인 것 같네. 개인 기록은 거의 없어. 남기는 걸 꺼리는 편이었나보지. 별로 의미를 두지 않았거나. 그런 면은 나도 비슷해. 답을 이어 하자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어.
중요한 건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겠지. 다들 비슷할 걸.
내가 무엇인지에 대해 정의하는 것은 때때로 무의미해. 누가 알겠어. 그런 것에 명쾌한 답이 있다면 이런 사태도 오지 않았을걸? 다른 아이들과의 기억이나 교류까지 무용하다는 뜻은 아니야. 그렇게 여기지는 않고. 만약 그랬다면 머릿속이 명쾌했겠지. 하지만 그건 또 아니거든. 답을 보류해둔 것 같은 그런 찜찜한 기분이 들어. 결국 도망치는 거냐고 비난한다면 글쎄, 받아들이는 게 맞겠지… 네가 원하는 모습이 아닌 것에 미안하다고 사과해야 할까.
하지만 너도 알겠지만, 이건 아마 ‘내’가 선택한 최선일 걸. 그런 게 아니었다면 자멸했을 거야. 그냥 분수를 아는 거라고 생각해. 많은 것을 끌어안으려다 무너지는 것보단 지금 정도가 안정권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았던 거겠지. 기록으로 추측하자면, '나'는 그런 사람이었어. 아마도.
[ 학생회 ] 동아리 활동은 어떠셨는지요.
즐거우셨나요. 의미 깊었나요.
무기력하셨나요, 흥미가 생기지 않으셨나요.
별 거 없었어. 원래 학생회라는 게 귀찮은 일 다 하는 곳이잖아. 대신 학교에 대해서는 나만큼 잘 아는 사람 드물 거라고 장담한다? (짧은 정적 이후) 이 부분은 살짝 과장이긴 해. 나도 모르는 거 많고, 눈썰미가 좋은 편은 아니거든. 귀찮아서 넘기는 일도 많아. 교칙이야 기본만 챙기고 나머진 알아서 잘하면 될 일 아니겠어? 일이야 즐거운 계열은 아니지. 일단은 학생회니까. 권위가 있거나 하진 않고, 사무적이거나 지루한 일이 많거든. 그래도 만나는 사람도 가장 많고 하는 일도 꽤 많아. 각잡힌 편인지는- 잘 모르겠네. 난 딱 필요한 만큼만 나가거든. 임하는 것 자체는 좋아해.
봉사자 같은 마음으로 오는 애들도 있고, 그냥 스펙 쌓으려고 오는 애들도 있고 반반이야. 걔네 공통점이 뭔지 알아? 다 성실하다는 거. 성격이 어떻든 기본 기질은 비슷해. 시키는 대로 하건, 찾아서 하건, 어쨌건 일벌레들이라니까. 이유는 각자 달라도 일단은 주어진 일에 착실해.
그리고 난, 그런 사람들을 꽤 좋아하거든.
귀인, 당신을 더 알고 싶어요.
제가 더 알아도 괜찮다면 말이죠.
엄청 말한 것 같은데, 내가 원래도 혼자 떠드는 걸 좋아하는 편이긴 했어도 이번은 좀 심하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목이라도 축이게 음료수라도 쏴주면 더 말하는 쪽도 생각은 해볼까 싶은데 어때?
아, 맞아. 나 시원한 거 좋아해. 뭘 사줘야 할 지 모르겠으면 차가운 탄산음료면 평타는 치니까 그걸로 해. 그런 걸 받으면 호감도가 팍팍 오르는 타입이거든. 나한테 호감사서 뭐하냐고? 참나, 그냥 하는 말이잖아. 그리고 내 호감 정도는 사두면 장래에 뭐라도 도움 되지 않겠니? 우리 집 무난하게 사거든. 알아서 뜯어 먹으란 소리야. 왜 말을 그렇게 하냐고? 정말로 그럴려고 온 애들이면 이런 식으로 하면 대개 떨어져나가거든. (쿡쿡 웃더니) 아 참, 그리고 나 더위를 꽤 타다보니 겨울에도 아이스파야. 얼죽아라고도 하지? 재미있는 것도 좋아하고 동물도 좋아해. 운동도 꽤 좋아하고. 격한 건 아니고 그냥 달리기 같은 거 말야. 고기도 좋아하고~ 아, 편식은 잘 안 해. 뭐든 잘 먹는 게 장점이라고 할 수 있지.
아 그리고 얕보이는 거 싫어하는 편이긴 한데, 그냥 그래.
약육강식이라고도 하잖아. 얕보이면 노려지는 거 아주 쉽지. 근데 내가 정말로 약할까?
나는 원래부터 잠이 별로 없는 편 같아.
걱정하는 것 같길래 당부해두려고.
그 외엔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