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인, 당신은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며, 다른 학생은 어떻게 평가하나요?
나? 갑자기 이렇게 뜬금없이 물어보니까 어떻게 답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 음, 으음, 음.... 기다려봐, 잠깐 고민 중이었어. 별 다른 변화는 없는 것 같아. 아마도? 나라고 해서 내 모든 걸 다 알 수는 없는 법이니까. 내 입으로 내가 시끄럽다는 말을 하기엔 좀 그런데, 시끄러운 것 같아.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조용한 쪽은 아니라는 거야. 아, 다른 말로 활발하고, 쾌활해. 같은 의미이긴 하지만. 두 번 강조하면 뭔가 더 있어보이지 않아? 아닌가? 아니면 말고. 뭐, 가끔 누군가는 내가 얄밉다고는 하는데 왜인지는 모르겠어. 선생님한테 혼날 때마다 요리조리 빠져나가서 그런가? 그치만 그런 것도 실력이지. 운도 실력이라는 말이 있잖아. 내가 좀 애교를 잘 부리기도 해. 사람이 좀 능청스러워야 이 각박하고, 차가운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 아니겠어. 귀찮은 것도 저어어얼대, 안 해. 내가 하기 싫은 걸 굳이 억지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거든. 안 그래도 학교라는 감옥에 갇혀서 살고 있는데,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 마저 재미없고 지루하면 멀리 멀리 떠나고 싶어지잖아. 역시 놀 때는 놀아야지. 욜로, 라는 단어는 누가 만들었을까? 딱, 나를 위한 단어인 것 같아서 욜로욜로, 하고 노래 불렀었는데 말이야.
그런데, 지금은 아니지. 아무리 그래도 분위기 읽지 못하는 바보는 아니거든. 그래도 좌절하거나 포기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일부러라도 그렇게 행동하고는 있어. 누구 하나쯤은 그런 식으로 해줘야 안 그래도 어두컴컴, 음침한 곳이 좀, 쾌활하게 변할 것 아냐. 공포나 두려움이, 아예 없는 건 아냐. 나도 사람이고, 이제 18살 밖에 안 된 고등학생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살기 위해서 바둥거리는 거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좋은 일들이 생길 수도 있다잖아. 그런 미신을 믿는 건 아니지만, 지금 상황엔 어울리는 말이라 해봤어. 멋지지 않아? 혼자도 아니니까, 좌절할 이유는 없는 것 같아. 길은 내가 개척하는 거랬으니까 어떻게든 걸어가야지. 다들 살아있고, 또 살아야 하잖아. 여기서 죽기엔 후회할 것들이 많을 것 같아. 결코 난, 무너지지 않아. 강단있는 사람이 오래 살아남는거야. 내 이름 처럼, 영웅이 되어 보이겠어.
[ 검도 ] 동아리 활동은 어떠셨는지요.
즐거우셨나요. 의미 깊었나요.
무기력하셨나요, 흥미가 생기지 않으셨나요.
검도 즐겁지. 타격감이 있거든, 타격감. 오, 그렇다고 사람 머리 내려친다는게 기분 좋다는 말은 아니야. 근데 이게 지금 상황에서 유용하게 쓰일 줄은 몰랐단 말이지.... 힘 하면 힘, 민첩하면 민첩.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검도 동아리! 홍보하는 건 아냐. 그래도 여기저기서 상도 꽤 받았을 만큼 어느정도 실력은 있다고 생각해. 그렇다고 해서 상 받고자 검도하는 건 아니고. 그냥 재미? 공부만 지겹게 하면 무슨 소용이야. 화원고등학교가 다른 곳보다 자율적인 곳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학교는 학교잖아. 앉아있기만 하면 허리도 안 좋아지고, 목도 거북이 처럼 될 테고. 그리고, 성장기엔 마음껏 뛰어놀아줘야 하는 거랬어. 영웅은 공부따위 하지 않는다고!
귀인, 당신을 더 알고 싶어요.
혹시 제가 너무 많은 걸 바라고 있나요?
생일은 11월 7일. 탄생화는 메리골드야. 난 몰랐는데, 친구 녀석이 메리골드의 꽃말을 알려줬거든. 이별의 슬픔이라던가. 그래, 이별 슬프지. 슬프다는 거 알아. 누군가의 죽음을 보는 건 정말 참혹하고, 눈물이 나올 새도 없이, 그 어떤 말조차 할 수 없을 지경이 되어버려. 근데, 있지, 그게 또 주인의 시계, 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대. 꽃잎을 열고 닫음으로써 아침과 저녁을 일러준다던가. 계속 그렇게 흘러갔으면 좋겠어. 살아서, 그 시간을 좀 더 유용하고, 소중하게 보내고 싶어. 음, 딴 길로 새어버렸네.
가족은 엄마, 아빠, 나, 동생. 이렇게 총 네 명. 아빠는 평범한 직장인, 엄마도 평범한 직장인. 근데 엄마가 더 높아, 직급이. 게다가 두 분, 같은 회사 다니시거든. 좀 재미있지. 저녁을 먹을 때마다 아버지나 어머니나 서로 여보, 자기, 하는게 아니라 팀장님, 대리, 이렇게 칭하시더라고. 그걸 보고 난 연애를 한다면 절대 사내연애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어. 아, 동생은 늦둥이라 나랑은 나이차이가 좀 있어. 이제 초등학교에 갓 입학했는데, 여동생이야. 어리긴 한데 성격 한번 정말 괄괄하거든. 무시 못해. 어리다고 얕보지 마라, 라는 말이 어울린다고 해야하나. 밖은 어떤지 잘 모르겠네. 무사했으면 좋겠어. 그냥, 바라는 건 그 뿐이야.
호불호, 이런 건 자기소개 할 때마다 꼭 나오는 말이지. 좋아하는 건 문어야. 문어. 문어 인형, 문어 다리, 문어빵, 등등. 생일 때 동생이 선물로 준 빨간 문어 키링을 검도 가방에 달았는데 떨어질까 노심초사한다니까. 어쨌든, 제일 좋아하는 게 문어. 그 외로 뭐, 음식은 별로 안 가려. 잘 안 먹는거라면 야채? 상추 같은 거. 고기는 고기 맛으로 먹는게 제 맛이거든. 싫어하는 건, 뭐라고 해야 하나.... 나 싫어하는 게 있었던가. 아, 있다. 시험, 공부, 잔소리.... 귀찮은 거라던가, 피곤한 거. 꿀잠 자고 있는데 잠 깨우는 거. 그런 사소한 것들. 생각해보니까 별로 없는 것 같네. 근데 진짜 없어. 모든 사람들이 싫어할 만한 것을 싫어하는 것 외에는 말야.
특징도 말해야 해? 슬슬 목 아프기 시작하는데. 물 마시고 시작해도 되나. 체력은 아주 좋은 편이지. 반에서 월등하다고 해도 무방할 걸! 시력도 좋아. 양쪽 모두 1.5 거든. 검도를 어릴 때 시작한 건 아닌데, 어쨌든 여기 처음으로 입학해서 시작한 거라 나름 손에 물집도 잡혀 있어. 굳은살 완전 많아. 근데 아프진 않았어. 원래 물집 잡힌 상태에서 운동 심하게 하면 아프다고는 하는데, 글쎄.... 난 그런 거 전혀 모르겠더라. 비밀스러운 건 아닌데, 사실 고통을 못 느껴. 무통증, 무감증? 하여튼, 그런 거래. 잠깐 인터넷 검색 해 봐도 돼? 어디보자.... 아, 찾았다. 간지러움은 느껴지는데, 통각은 마비된 거. 응, 이거야. 나 간지러움은 느껴지는데 그 외의 통각은 없거든. 외상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피부나 뼈에 부상이 매우 많다... 음, 검도하면서 크게 다친 적은 없으니 이건 아니고. 더위와 추위를 느낄 수 없지만 압력은 느낄 수 있어 촉감은 존재하고. 통점, 냉점, 온전과 관련없는 피곤이나 배고픔 같은 건 느낄 수 있다고 써 있네. 뭐, 이런 거야. 이상하게도 배고픔은, 최근에 못 느끼는 것 같아.... 사실 배가 많이 안 고팠던 건가? 나 엄청 많이 먹는데. 뭐, 어쨌뜬 아무리 그래도 맞는 건 싫어. 아픔을 못 느낀다고 해서 맞는 것이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거든. 그래서 처벌 받는 건 되도록이면 피하는 편. 왜, 의외야? 나 이래봐도 은근 모범생이라고.
취미는 노래 듣기, 영화 보기, 게임하기. 그 중 제일은 역시 게임! PC게임 말고 모바일 게임을 주로 많이 해. 게임 내 길드에 내 친구들 몇몇도 들어와 있어. 그 외에는 음, 뭐가 있을까. 수업 시간 도중에 낮잠 자기. 피곤하면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으니 비효율적이잖아. 그러니 뇌도 좀 쉬어줘야 다음에 팍팍, 잘 돌아갈 것 아냐. 선생님한테 그렇게 말했다가 이마에 딱밤 맞았어.
그 외에 또 말할 것이 있나?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건, 문어 인형이랑.... 문어 인형 뿐이네.
음.... 그 다음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없는 것 같다.
어쨌든 내 이야기는 여기까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