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인, 당신은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며, 이젠 어떠신가요?
어머나, 여기서 바로 얘기하면 되나요? 반가워요, 전 류 마리아라고 해요! 이름이 특이하죠? 전 제 이름이 정~말 좋답니다. 어떤 연유로 지어지게 됐냐면… 아, 딴 데로 새지 말고 집중하라고요? 알겠어요~. 저야 뭐, 말하는 거 좋아하지, 유행에도 민감하지, 귀엽지, 예쁘지.. 우후후. 다른 애들은 저랑 있으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겠다고 그래요, 왜 그런지 알아요? 제가 말하는 것만 들어도 혼이 쏙! 빠진대요. 그러고 정신 줄 놓고 있으면 벌써 해 질 녘이 라나 뭐라나, 웃기지 않아요? 말하는 거 좋아하는 건 사실이지만.. 아니 그러면 자기들도 나처럼 말을 하던가, 듣고만 있으니까 기운이 빠지는 거 아니야, 그렇죠? 제 말이 맞죠? 전 제가 예뻐서 넋놓고 쳐다보나 했는데, 정말! 헛바람만 들었어요.
아, 내 정신 좀 봐. 자기소개 중이었지. 제 또 다른 장점은 솔직하다는 점이에요. 제가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거든요. 아, 용감한 것도 같이 포함해 주세요. 중학교 때 완전 꽉 막힌 선생님이 담임이었는데 전 시간 수업내용 적힌 칠판 좀 빨리 안 닦았다고 주번한테 완전 난리 난리를 부렸단 말이에요? 누가 봐도 어이가 없잖아요! 그래서 제가 총대 메고 “선생님, 그건 좀 심한 거 같은데요, 가뜩이나 잘 안 지워지는 구식 칠판인데다가 이 수업 끝나고 바로 이동수업이라 지울 시간이 없었습니다.”라고 말했더니 간이 부었냐고 하는 거 아니겠어요? 뭐… 제가 비록 힘 없는 학생이어도 같은 반 아이의 부당한 처사를 눈 감고 있을 수는 없어서 계속 말로 밀어붙였더니 한 학기 내내 화장실 청소했던 기억이 있어요. 하지만 전 그 일을 후회하지 않아요. 어른들은 몰라도, 반 애들 사이에서는 말발로는 어디 꿀리지 않는 애라고 들었거든요. 모두가 침묵할 때 혼자서 소리내는 사람, 그게 바로 저예요.
..아! 그러고 보니, 생각난 게 있는데, 전 좀 행동이 과격한 면이 있는 거 같아요. 이렇게 보여도 항상 일에 순서를 따지고 해치우는 편이랍니다. 그래서 뜻대로 되지 않거나 엉키면 굉장히 스트레스 받고 짜증이 나서 의욕을 잃어버려요. 이건 제 천성이에요. 원칙주의자라서 안 지키면 큰일 날 거 같고, 알게 모르게 죄책감도 쌓여요. 하하, 제 앞을 가로막는 방해물이 생기면 무력을 써서라도 치워버릴 거랍니다.
저는 사람들과 있는 게 좋아요. 혼자 있으면 너무 외롭고, 심심해요. 주변엔 항상 사람이 있어야 안심이 돼요. 설령 분위기가 다운돼서 어둑어둑해도 어쨌든 혼자 있는 게 아니니까 전 정말 괜찮죠. 음, 근데 이렇게 말해도 낯은 좀 가리는 거 같아요. 친해지기 전까지는 도움이 필요하다 한들 제가 도와주기보단 그럴만한 주변 사람을 찾아주거든요. 완전 베프라면 제가 직접 도와주죠. 가볍게 있어주는 거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진지한 관계로 가려면 조금 시간이 필요하답니다.
이거… 전에도 한 것 같은데… 아, 뭐.. 기록은 중요하니까요.
수많은 일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저는 류 마리아에요, 이건 전부 암흑 속에서 방황하지 않고 언제나 제 앞에 한 줌의 빛을 쬐어 주시는 주님 덕분이죠. 물론 그 길은 순탄하다고 볼 수 없어요. 이별의 아픔, 살이 찢기는 고통, 간절하고 지독한 순간들… 그것을 매번 마주 하고있지만 그래도 쓰러지지 말라며 제 귀에 속삭이셨답니다. 그래도 주님, 예전보다 저는 웃을 수 없고 밝은 사람이 아니에요. 조금 주눅 들어버렸어요.
...저는 싫어하는 게 새로 생겼어요. '잃는 것'이요. 제 주변인들이 하나둘 없어지는 걸 보면서 저는 끝없는 무력감을 느꼈답니다. 그 중에는 스스로 없어지길 선택했었죠.
그건 '보내준 것'이지 잃은게 아니니까, 괜찮아요.
하지만… 손 쓸 틈도 없이, 또는 충분히 기회가 있었음에도 잡지 못 한다면..? 두고두고 후회하겠죠.
저는 모두가 살았으면 좋겠어요, 포기하지 않았으면 해요.
저도 포기하지 않을테니까, 그러니..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기를.
저는 예전에 계획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 보면 계획적인 것 보단 상황 판단 능력과 순발력이 더 중요하게 느껴져요. 그것들이 오는 게 전부 계획이었나요? 나의 친구들이 떠나가는 것도 위험에 빠지는 것도 전부 계획이었나요? 아니요.
...더는 '계획'이라는 말의 뜻을 좋아할 수 없어졌어요.
저.. 기록 언제까지 하나요? 이제 그만하고 싶은데. 말을 너무 많이 하니 머리가 아파요. ..아, 전엔 몇시간이고 수다 떨어도 괜찮았는데. 왜 이렇게 됐을까요.
[ 보건 ] 동아리 활동은 어떠셨는지요.
즐거우셨나요. 의미 깊었나요.
무기력하셨나요, 흥미가 생기지 않으셨나요.
아~ 보건 동아리요? 마땅히 들고 싶은 동아리가 없어서 들어간 곳이에요. 적어도 처음엔 그랬어요. 그런데 배울 것도 많고 제가 앞으로 살면서 도움이 될만한 지식들이라 지금은 들어간 걸 아주아주 만족하고 있답니다. 책상에서 배우는 이론보다 빛나는 건 경험들이 아니겠어요? 선생님들도 저는 이해가 빨라서 좋다고 하시고요.
귀인, 당신을 더 알고 싶어요.
혹시 제가 너무 많은 걸 바라고 있나요?
제 이름은 목사이신 저희 외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셨어요. 아직 제가 엄마 뱃 속에 있을 때 할아버지가 꿈을 꾸셨는데 성모 마리아가 아기 천사들이랑 같이 날아와 이 아이를 항상 나와 같게 하라 말하면서 여자아이를 안겨주셨다네요. 할아버지는 그게 저인 줄 아시고 제 이름을 엄마와 같이 상의하셨어요. 그렇게 나온 이름이 ‘마리아’ 였어요. 전 어릴 때부터 제 이름은 축복받은 이름이라고 들어와서 항상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어감도 좋잖아요. 한번 발음해 보실래요?
…. 그래서~, 감이 오겠지만 저희 외가는 기독교 집안이에요. 친가는 무교고요. 전 어느 쪽이냐면, 외가 쪽에 가까워요. 어릴 때부터 가르침 받아온데다 이름도 마리아에, 그리고 할아버지가 꾼 태몽도 있으니 당연한거 아니겠어요? 매주 주말마다 귀찮긴 하지만 기도드리는 건 아주 싫지만은 않아요. 하다 보면 정말 예수님이 따사롭게 맞이해주시는 거 같거든요. 제가 이렇게 밝고 명랑한건 무한한 애정을 주는 가족들과 언제든 쉴 보금자리를 주는 주님 덕분이에요.
저희 집은 빌라에요. 아빠는 출판사 편집장이고, 엄마는 캘리그라피 작가세요. 가족은 부모님과 저 단 셋뿐이랍니다. 외동이라 가끔은 외로운데, 그럴 때마다 인형 끼고 혼잣말을 엄청 했어요. 아, 그래서 제가 이렇게 말하는 걸 좋아했던가 싶어요. 그런데, 전 동생 갖고 싶다고 하진 않았어요. 그런 말을 슬슬할 나이 때쯤 유치원에 들어가서 친구랑 노느라 그럴 정신이 전혀 없었거든요. (경쾌하게 웃었다.)
부모님께서 디자인 쪽에 종사하시니까, 저도 자연스럽게 그 쪽길에 눈길이 가고있어요. 제일 원하는건 저희 엄마처럼 작품을 모아서 전시회를 하는 아티스트가 되는 것이에요. 그래서 가끔 엄마랑 함께 할아버지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께 선물할 장식용 액자에 그림을 그리고 있답니다.
예쁜 글 모으는 걸 좋아해요, 직접 쓰거나. 글 쓰는 게 취미랍니다. 싫어하는 건 남을 폄하하거나 깎아내리는 것이에요. 네, 예체능 쪽에서는 이런 말이 흔하디흔한 건 알고 있지만 뭔가.. 마음에 안 든다고요. 그렇게 말해서 본인이 얻는 게 뭔지도 모르겠구요. 남을 상처 주는 걸 싫어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