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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인, 당신은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며, 이젠 어떠신가요?


 고도래? 난 걔 처음에 봤을 때, 애가 얌전하고 조용해서 그냥 그런 앤가보다 했지. 애가 말도 조곤조곤 하잖아. 아니 그런데 웬걸. 걔 은근히 말 많아. 조곤조곤이 말이 조곤조곤이지 자기 생각이든 고집이든 꿋꿋하게 다 말한다니까. 애들이 말 걸기 좀 무서워하는 애한테도 덥석덥석 말 거는 거 보고 내가 다 철렁하더라. 그런 거 보면 호기심도 많은 것 같고, 그 호기심 발동하면 생각보다 망설이지 않는 것도 같지. 그렇다고 주변에 폐 끼칠 애는 아닌데. 왜, 그 표현 있잖아.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선다고. 그것도 올라가서 도도하게 내려다보는 것도 아니고 눈 완전 말똥말똥 뜨면서 ‘정신 차려보니 여기 있었어요.’ 하는 모습이야. 보고 있으면 되게 웃겨.

 그리고 애가 생긴 것도 그렇고 성격이 호구 같은 면이 있어서 이기적으로 구는 놈들이 가끔 붙긴 하는데… 글쎄. 내가 눈엔 호구처럼 이용당한다기보단, 도래가 사회봉사 하는 풍경으로 보일 때가 있어. 그냥 걔 성품이 그런 것 같더라. 손해를 보더라도 그걸 손해라고 잘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그 사이에서 좋은 점을 찾아서 거기에 기뻐하더라고.

 아 그리고, 걔 말을 되게 예쁘게 해. 가끔 그렇게 말하는 애들 보면 가식으로 느껴질 때가 있는데, 걘 애가 진심이야. 무서울 정도라고. 어떨 때 보면 완전 꽃밭에서 자란 것 같은데, 생각보다 심지가 굳세더라.

[ 식도락 ] 동아리 활동은 어떠셨는지요.

즐거우셨나요. 의미 깊었나요.

무기력하셨나요, 흥미가 생기지 않으셨나요.

 

동아리에서 누가 새로 나온 이상한 과자 같은 거 들고 오면, 제일 먼저 맛보는 편이에요. 호기심을 잘 못 참기도 하고, 다들 저에게 먼저 권하기도 하고, 자랑은 아니지만… 맛 설명은 좀 잘하는 편이거든요. 요리에 어떤 재료가 쓰였는지 맞추는 것도 잘해요.

가끔 선배들이 눈 가리고 음식 향만으로도 맞춰보라고 할 때가 있어요. 진짜 재미있는 사람들이지 않아요? 가끔 괴식에 가까운 걸 먹고 설명해주면, 설명만 들으면 최악의 맛인데 왜 넌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듯 먹냐는 소릴 좀 들어요. 하지만 그렇게 막 최악 정도는 아니었는걸. 그랬으면 애초에 시중에 안 나오지 않았을까요?

 

 


 

귀인, 당신을 더 알고 싶어요.
혹시 제가 너무 많은 걸 바라고 있나요? 

 먹을 걸, 좀 많이 좋아하는 편이에요. 많이 잘 먹기도 하고. 얼마나 먹냐고요? 음... 보통 이런 거 따질 때 라면으로 많이들 얘기하던데. 라면으로 따지면 혼자 한 끼에 여섯 봉지까지도 먹는 것 같아요. 하지만 한 음식만 먹는 건 그리 선호하지 않는 편이에요. 세상에 음식들이 얼마나 많은데.

 맛을 정확히, 잘 보는 편이지만 요리에는 그렇게 재주가 있는 편이 아닌 것 같아요. 하다 보면 자꾸 ‘좋은 걸 다양하게 많이 넣자.’는 기분이 되어버려서. 그래서 처음에 학교에서 요리 동아리와 식도락 동아리 사이에서 꽤 고민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것저것 맛볼 것을 찾아 돌아다니는 것도 꽤 좋아해서 말이에요. 많이 먹는 에너지가 다 그렇게 빠지는 걸지도 몰라요.

 최근에 영상 편집을 따로 공부 중이었어요. 이래저래 검색도 해보고, 주변에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동아리 학우들이 영상을 올려 보라고 권해줬거든요. 음식 리뷰 같은 거 말이에요. 얼굴도 어디 가서 꿇리지 않을 거라고 용기도 팍팍 받아버렸어요.

 공부는… 잘해보려고 노력은 하는데, 잘 안 되네요. 아, 그래도 한국사나 사탐 과목은 재밌어요. 결국 사람들의 이야기잖아요. 그쪽으로 배우고 싶은 게 있어서, 대학에는 갈 생각이에요. 그러려면 다른 공부도 좀 해야 할 텐데 참 큰일이지 뭐예요.

 부모님은 두 분 다 일하세요. 본가는 서울에 있고, 중학교까지 계속 저도 서울에 있었어요. 화원고는 제가 먼저 알아보고 부모님께 가고 싶다고 했어요. 한 번 혼자 헤쳐나가면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또 무얼 더 얘기해 드리지. 아! 좋아하는 거. 먹는 건 충분히 얘기해 드렸고… 비 오는 날을 좋아해요. 싫어할 만한 건 딱히 없는 것 같은데… 아, 있다. 그 사람들은 아무리 저라도 싫어요. 그 여기저기 테러하고 다니는 사람들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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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짝 ]

 어제 제대로 말을 섞어봤더라. 1학년.. 중간고사 때 친해졌구나! 그전에는 수업에 되게 열심히 임하는 것 같아서 시선이 몇 번 닿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성적이 좋지 않다고 말하는 거 보고, 제가 다 깜짝 놀라서 말을 걸었죠. 그렇게나 열심히 했는데. 은하가 그런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조금 안타깝긴 하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나름의 열심히! 를 유지하는 게 참 보기 좋아요. 결과가 무슨 소용이에요, 후회만 하지 않으면 됐지. 아무튼 그렇게 친해져서.. 종종 은하네 동아리에도 간식거리 가지고 놀러가기도 하고 수업 때 옆자리 앉아서 이래저래 잘 어울리고 있어요. 은하는 진짜 모르는 게임이 없어요. 게임 완전 싫어하는 사람도 취향 맞춰서 즐길만한 게임을 추천해줄 수도 있을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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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메이트 ]

 호수! 귀여운 친구라고 생각해요. 어느 날 식당에서 시름에 잠겨있길래 무슨 일이냐 물어보니까, 글쎄 토마토가 싫다지 뭐예요. 샐러드 사이로 방울토마토가 숨겨져 있었다나봐요. 그래서 제가 홀랑 훔쳐먹어 줬어요. 아마 그때부터 점심시간만 되면 같이 식사했던 것 같아요. 둘이 후딱 점심 해치우고 매점으로 향하는 게 이젠 당연한 일과가 되었죠. 그 문제의 토마토는.. 알러지가 있나 했는데, 케첩이나 토마토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음식은 잘 먹는 거 보니까 괜찮은 것 같더라고요. 종종 이것저것 추천해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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