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인, 당신은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며, 다른 학생은 어떻게 평가하나요?
음…, 뭐라고 해야 할까요? 저는 독불장군 같은 사람이에요. 자존심도 세고, 제가 하는 일에 대한 프라이드도 높아요. 발레가 아닌 공부나, 미술은 젬병이지만 발레는 누구보다 사랑한다고 자부해요. 저는 발레가 정말, 정말 좋거든요! 발레나, 제… 무언가를 건드리는 일이 아니라면 무른 편이에요. 아, 이러면 독불장군이라는 말이 좀 과한가요? 어쩌면 발레에만 독불장군 같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저는 아직도 발레홀에 처음 들어갔을 때의 그 설렘을 기억해요. (잔뜩 두근거리는 표정을 지으며 해사하게 웃었다.) 영영 포기할 수 없을 정도라니까요? 무대가 가장 어두울 때의 그 긴장감과 불이 켜지고, 사람들이 나를 바라볼 때의 그 희열… 정말 좋아요. 발레는 정말 힘들고 고된 예술이지만…, 무대 서는 걸 포기할 수가 없어요. 노는 것보다 발레가 더 좋아요.
어머, 제가 발레 얘기만 너무 많이 했나요? 죄송해요. 한번 말만 나오면 멈출 수가 없더라구요. 음. 발레가 아니라면 남들이 유들유들하다고 하는 축에 속한다고 말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딱딱한 편도 아니고, 의외로 장난도 많이 치구요. 호탕하다는 말도 종종 들은 것 같아요. 어른들한테는 싹싹하다는 말도 자주 듣고요. 저는 저 자신은 물론이고, 기본적으로 사람들을 다 좋아해요. 네? 불살자요? 그 사람들을…, 음.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무튼. 사람을 싫어하는 편은 아니에요. 오히려 누군가를 곧잘 좋아하고, 이것저것 주고 싶어해요.
또…, 뭐가 있을까요. 아, 저는 솔직한 편이에요. 원래 거짓말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고요. 그래도 남들에게 과하다 싶을 정도의 독설을 내뱉지는 않아요. 남들이 원할 때만 그렇게 말해 주고 싶은데, 가끔은 그게 잘 안 되더라구요. 아직 제가 어리고 부족한 탓이겠죠, 뭐.
어디서나 당당하려고 노력해요. 솔직히, 어디서 기가 먼저 죽으면 끝이라고 생각해요. 무용수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할걸요? 어디 가서, 절대 기 안 죽어요. 싫은 말을 들었다면 저는 그 말이 다시 안 나오도록 저를 제대로 보여 주고 싶어요. 원하는 건 반드시 가지고 싶지만, 그게 자존심을 굽히는 일이면 안 해요. 자존심도, 그 무엇도 없이 사는 건 삶이 아니에요. 죽은 거죠!
더 말해야 하나요? 또, 뭐가 있을까요. 음…. (입을 꾹 다물고서 생각에 잠긴 듯이 제 손등을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다가 어깨를 으쓱이며 아무렇지 않게 웃는다.) 잘 모르겠네요! 그래도 이 정도 소개면 꽤 잘하지 않았나요?
동급생 A : 한청아요? 음…, 털털하고 호탕한 편이죠.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솔직하게 대하구요. 사람 사이에 득과 실을 따지지 않아요. 조금 친해지기만 하면 뭐라도 주고 싶어서 안달난 표정으로 바라볼 때가 있는데, 애들 사이에서 그게 가증스럽다는 애들이랑 귀엽다는 애들로 갈려요. 저는 어떻게 생각하냐고요? 귀엽죠. 예쁘고요. 걔 좋아하는 애들도 꽤 될걸요? 가증스럽다는 애들은 대부분 같은 무용을 하는 애들이더라고요. 그렇게 안 보이는데, 발레를 할 때는 엄청 까칠하댔나, 예민하댔나 그렇대요.
동급생 B: 걔를 왜 저한테 물어봐요? 관심없어요. 자기가 잘난 줄 아는 게 딱 꼴도 보기 싫어요. 남들한테 헤실거리면 다 좋아할 줄 아나 보죠? 연습실에서는 직설적으로 할 말 못할 말 다 하고서 나와서는 이름 부르면서 달라붙는 거, 솔직히 가식적이에요. 발레는 잘하냐구요? 네, 엄청 잘해요. 그래서 더 약올라요.
동급생 C : 착한 친구죠. 가끔 보면 자기를 너무 사랑하는 것처럼 보여요. 매일 높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무어라 종알거리면서 다니는데, 가끔 애들이 귀엽다, 예쁘다고 말하거든요. 그러면 항상 하는 말은 그거예요. 맞아, 항상 멋지지! 하고 웃어보이는데 그것도 예뻐서 어이가 없다니까요? 가끔 보면 연습하다가 나왔는지, 삐져나온 머리카락 하나 없이 매끈하게 밀어올린 올백머리로 곧잘 돌아다니는데..., 그것도 예쁘더라고요. ...청아 좋아하냐고요? 아, 청아한테는 말하지 마세요!
[ 영화 감상 ] 동아리 활동은 어떠셨는지요.
즐거우셨나요. 의미 깊었나요.
무기력하셨나요, 흥미가 생기지 않으셨나요.
영화 보는 건 언제든 재미있죠! 동아리에서 제가 좋아하는 영화를 친구들과 나눠보는 게 재미있어요. 무섭거나 잔인한 걸 못 보는 애들은 청아야, 이런 걸 왜 가져왔어! 하면서 칭얼거리고, 울면서 보는 걸 보면 좀 미안하기는 하지만요…. 꼭 제가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더라도, 다른 친구들이 가져온 영화를 보면서 울고 웃는 것도 좋아요. 친구들이 가져오지 않았다면 보지 않았을 새로운 걸 접하는 건 항상 즐거우니까요. 영화는 참 신기해요. 첫 내용이 지루해서 관심없이 보고 있다가도, 어느 순간에 보면 몰입해서 스크린을 노려 보게 되더라구요. 동아리가 시끄러울 때가 많은데, 하이라이트 부분에서는 그걸 못 느낄 정도로 몰입해서 보고 있어요. 참 신기하죠.
귀인, 당신을 더 알고 싶어요.
혹시 제가 너무 많은 걸 바라고 있나요?
아뇨, 아니에요! 저는 이야기하는 거 좋아해서 괜찮아요. 뭘 얘기해 드릴까요? 좋아하는 것부터 할까요?
저는 먹는 것과 고어영화를 좋아해요. 아, 게임두요. 피가 터지고 뭐라고 하지, 장기 자랑이라고 하나요? 그런 것들 정말 좋아해요. 발레 때문에 잘 못 먹는 걸 다 고어물 보는 걸로 풀어요. 쏘우, 데드얼라이브, 인간지네 같은 영화들은 다 봤고, 게임도 재미있다길래 바이오하자드나 둠 이터널 같은 것도 몇 번 해 봤어요. 근데, 그렇게 영화를 많이 보고, 게임을 많이 하지는 않아요. 보통 발레를 할 수 없을 때나 쉴 때 보는 편이거든요. 왜, 너무 사랑해도 가끔은 하기 싫을 때요. 그럴 때 영화를 봐요.
먹는 건 얼마나 좋아하냐구요? 아, 완전 좋아하죠! 저 완전 많이 먹거든요. 발레 콩쿠르가 끝난 날이면 그 날은 삼겹살을 삼인분씩 구워 먹어요. 아니면 치킨 두 마리를 시켜서 남기더라도 먹을 수 있는 만큼 진탕 먹어요! 제가 참을성이 강한 게 다행이지, 아니라면 끝없이 먹어댔을 거예요. 저 그만큼 먹는 걸 좋아해요.
또, 다른 건 뭐 좋아하냐구요? 음. 귀여운 것보다는 멋지고 쌈박한 게 좋아요. 일반 대중가요보다는 클래식이나 재즈가 좋구요. 심심할 때 발레 음악을 듣고, 발레 영상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어요.
다들 보통 어떤 얘기를 하나요? 가족이요? 음. 저는 외동이구요. 집이 그렇게 가난한 편은 아니에요. 딱 중간? 중산층이라고 할까요? 간신히 입에 풀칠한 만큼 가난한 건 아닌데, 그렇다고 발레를 원없이 하기에는 부족한 정도라고 말하면 될 것 같아요. 실은 부담이 많이 되는 것 같아서, 그만둘까 하는 생각을 꾸준히 했는데 그럴 수가 없더라구요. 애초에 두 분도 그걸 원치 않으시고요. 두 분이 저를 너무 너무 사랑하셔서 다행이에요.
또, 뭘 말하면 좋을까요? 아,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 있겠지만…, 저는 운명을 믿어요. 운명론자라고들 하죠. 저는 이 모든 게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다섯 살 때 발레 홀에 처음 들어섰던 것도, 가끔 사소한 행운이나 행복이 찾아오는 것도, 제가 이 화원고에 들어온 것도요. 모든 것은 정해져있고, 저는 그 길을 따라갈 뿐인 거죠.
자꾸 발레, 발레 하는 것 같은데…. 원래 예술인이란 다 그래요. 14년을 발레만 했는데, 어떻게 제 소개에 발레를 빼놓고 말하겠어요!

[ 오래된 짝꿍 ]
일로? 어릴 때부터 친했지. 귀엽고, 사랑스러운 친구야! 완전 새가슴에, 얄밉게 게임은 엄청 잘하구. 근데 또 얼마나 착한지 몰라. 걔가 콩쿠르 때 준 꽃다발을 말린 거만 집에 한 개, 두 개, 세 개.... 몰라, 아무튼 진짜 많거든! 예전에는 진짜 매일 붙어 있었구. 걔두 외동이구 저도 그래서 매일 서로 집 왔다갔다하면서 정말 많이 놀았어. 게임도 같이 하고, 영화도 보고... 부모님끼리도 친하셔서 여행두 진짜 많이 갔구! 우리 엄마는 솔직히 저보다 일로를 더 좋아하시는 거 같아. 아니, 정말루! 일로가 놀러오면 완전 우리 집 막내 아들 취급이야. 하나뿐인 딸은 여기 있는데! (제 얼굴에 꽃받침 하며 부루퉁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씩 웃어 보인다.) 난 일로가 정말 좋아. 거의 부랄... 아니, 이런 표현 말구 뭐 있지? 음.... 어릴 때부터 정해진 내 짝꿍 같아.

[ 내가 쿵이면 하늘이는 짝! ]
요상하게 하늘이랑은 성격이 엄청 잘 맞아! 하늘이 완전 화끈한 편이더라구. 나는 그런 성격 너무 좋아. (기분 좋게 웃는다.) 음식도 그렇고, 음악두 그렇구. 나, 클래식 얘기 그렇게 오래 한 적 처음이어서 감동 먹었잖아.... 지금 보호프로그램으로 못 먹는 것들 잔뜩 있는데, 나가면 하늘이랑 다 먹으러 가기로 했어. 아, 어떡해. 벌써부터 기대되는 거 있지. 그때 제에발, 콩쿠르 기간이랑 안 겹쳤으면 좋겠다!

[ 영어메이트? 영화메이트? ]
영어는 잘하구 싶은데, 머리는 영 꽝이라... 뭐라도 해 보겠다는 생각에 마리 쌤을 졸졸 쫓아다녔거든. 그러니까 엄청 신경을 많이 써 주시더라구! 아, 아니, 원래 신경을 안 써 주셨다는 게 아니라! 막 더 잘 봐 주셨다는 거지, 그치. 보호프로그램 진행하고 나서는 가끔 가다가 영화도 같이 봐 주셔. 나 진짜 얼마나 좋은지 몰라.... 마리 쌤은 정말 최고야. 아니, 어떤 선생님이 고어 영화를 같이 봐주시냐구! (우수에 찬 얼굴을 하고 홀린듯이 말한다.) 아무튼 정말 좋아. 선생님 최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