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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인, 당신은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며, 다른 학생은 어떻게 평가하나요?


 

다른 사람을 붙잡고 내가 어떤 성격이냐고 물어본 적 없어. 하지만 살면서 단편적으로 성격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경우가 아주 없지는 않지. 거 보채지 말고 얌전히 기다려라. 지금 생각 중이니까... 

...흠. 그래, 생각났다. 내 전부인. 그 사람은 항상 내가 너무 무심하고 무신경하다고 말했었지. 결혼기념일, 생일, 집안 행사.... 모르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아주 많았거든. 드물게 까먹지 않고 내가 기억해두던가, 그 사람이 미리 가르쳐줘도 난 그런 걸 요란하게 챙겨주고 그럴 수 있는 성격은 아니라 늘 기대에 못 미쳤지. 망할. 그런 성격인 걸 어떡하냐? 나도 노력해본다고 했어. 하지만... 부족했던 거겠지. 난 확실히 좋은 남편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다음은... 내 딸. '그래도 아빠 정도면 책임감 있고 꽤 편 아니야?'라는 이야기를 가끔 하는걸 보면, 아빠로서 아주 최악의 점수는 아닌가..

 

자식을 기르고 있는 입장이라 내가 가르치는 녀석들이 남 같지 않아. 그래봐야 그 녀석들 입장에선 난 그냥 교과목 하나 가르치는 꼰대 중 한 명이겠고, 조금 까부는 녀석, 적응 못하고 겉도는 녀석, 친구를 괴롭히는 녀석 ... 조금 손이 더 가고, 덜 가는 녀석들은 확실히 있겠지만 모두 내가 책임지고 가르쳐야 할 내 '학생'들이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어, 미래까지 책임지겠다거나, 학생을 반드시 틀에 맞추어 바꾸어 놓겠다는 뜻이 아니라. 그저 내가 녀석들의 인생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정도.

[ 양궁 ] 동아리 활동은 어떠셨는지요.

즐거우셨나요. 의미 깊었나요.

무기력하셨나요, 흥미가 생기지 않으셨나요.

 

고등학교 시절 양궁부에 있었다. 
활 잡아본 기억이 너무 까마득해서 처음 동아리 담당 선생질을 맡은 직후에는 엄청 헤맸다만 지금은 
... 과녁을 맞힐 정도의 실력은... 아마도....
이봐, 나는 양궁을 가르치는 선생이 아니라 그저 부를 돌보는 담당 선생 같은 거야. 꼭 활을 잘 다뤄야 할 필요는 없잖아. 

 

 


 

귀인, 당신을 더 알고 싶어요.
혹시 제가 너무 많은 걸 바라고 있나요? 

 

이런 나이 많은 아저씨의 개인사를 왜 궁금해 하는건데.... 올해로 마흔 다섯. 열두 살 된 딸이 있고 마누라는 없어. 딸은 지금 나하고 같이 살고 있고. 금전적 여유? 교사 벌이가 얼마나 되겠냐만 하나밖에 없는 딸을 부족하게 키울 정도는 아니야. ...라고, 멋지게 말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만. 어렸을 때부터 집이 잘살았던 덕을 전혀 보지 않았다고는 말 못 하겠군. 어쨌거나 내 딸에게 부족한 환경을 줄 만큼 빈곤하지 않다는 건 좋은 일이야.

좋아하는 것. 술, 담배. 사실 술은 끊었지만 담배는 도저히 못 끊겠어. 빌어먹을, 딸이 담배 냄새를 싫어하는데 어쩐다. 보는 곳에서 대놓고 피우진 않지만 녀석도 내가 완전히 끊어내지 못했다는 걸 알고 있겠지. 냄새가 날 거 아냐.

난 체격이 좋은 편이지. 몸을 움직이는 운동을 좋아해서 그런 게 아닐까. 예전에는 복싱 선수가 되겠다는 꿈이 있었어. 실제로 체육관에 다니면서 프로 복서의 꿈을 키운 시절이 있긴 한데...
때려치웠다. 뭐, 돈? 그것보단.. 듣고 웃지 않겠다고 약속해라. .... 맷집은 꽤 좋은데, 주먹이 약해서... 죽도록 두들겨 패도 쓰러지질 않으니 답이 있나. 

(움찔) 야. 웃지 말라고 했잖아. 좋은말로 할때 당장 입꼬리 내려라. 엉?

특기라면 요리. 딸이 정말 요리를 못해서 자연스럽게 요리 담당이 내가 되는 바람에...
처음엔 억지였지만 하다 보니 꽤 재미있더군. 지금은 스스로 요리책을 사거나, 요리 프로그램을 보면서 메뉴를 고민하기도 해.

...
(헛기침)수다가 길었군. 피곤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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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번 제자는 영원한 제자 ]

...이런 식으로 과거에 잠시나마 가르쳤던 아이를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저 아이는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아무래도 다른 선생들과는 달리 계속 신경이 쓰여 이것저것 도와주게 되었다. 쓸데없는 참견이라고 생각하고 거부감을 느끼진 않을까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내 호의를 거부하지 않았고 사이가 가까워지면서 역으로 저 아이가 내 편의를 봐주는 일도 생기기 시작했다. 부인이 떠난 직후 내가 챙기지 못한 집안일이라던가,

... 내 딸의 공부, 혹은 상담 역 같은. 보호 프로그램에 시작한 후에는 종종 체스를 두곤 하는데, 당연한 말이지만 한 번도 이겨본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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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 쓰이는 학생 ]

낮은 자존감으로 알게 모르게 자신을 비하하는 아이들이야 적잖이 보아왔으나, 이렇게 극단적으로, 아무 말썽도 없이 자신을 부정하고 있는 아이는 처음 본다. 나는 그저 아이들을 가르치는 문학 교사일 뿐 정서적인 부분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지만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 가능하다면 사랑받는 걸 부정하지 않도록 해주고 싶지만 거기까진 내 능력 밖이니, 그저 책을 추천하거나 말을 걸면서 조금이라도 아이의 정서적인 부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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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원으로 이어진 인연 ]

특정 상황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쓰러진 적이 있었다. 6년 전쯤이던가.. 그때 우연히 백도현의 부모님이 근무 중인 병원에 실려가게 되었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 홀로 있는 딸 세라를 백도현이 돌보아준 모양이다. 큰 병이 아니라 그리 오랜 기간 입원해있지는 않았으나, 안정될 때까지 세라를 챙겨준 도현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종종 간식을 사거나 하면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때는 꽤 귀여워 보였는데.. 왜 이렇게 징그럽게 성장한 거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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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궁 스승.... 님 ]

과거에 동아리 활동을 했었고, 양궁 동아리 고문 선생이긴 하나 그다지 활을 능숙하게 다룰 수 없는 자신에게 양궁을 가르쳐준 학생. 덕분에 지금은 꽤 능숙하게 활을 다룰 수 있다. 좀 까부는 편이긴 하지만 과하지 않고 정도를 지키는 학생이라 ... 나름 귀엽다. 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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