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인, 당신은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며, 다른 학생은 어떻게 평가하나요?
"어... 나를 어떻게 표현하냐니, ...모르겠는데."
(말수가 적은 그에겐 꽤 어려운 질문이었는지 피곤한 눈 그저 꿈뻑이기만 하며 바라보고 있습니다. 대화를 끌어보기 위해 질문을 더 자세히 던지기로 합니다.)
[1학년으로 이 학교에 처음 들어왔을텐데, 친구들과 첫만남 때 어땠나요?]
"어... 그냥 뭐, 별 거 없었어요. 누구는 얼굴 잘생겼다고 하고, 누구는 싸가지 없게 생겼다고 하고. 별 생각 없어요.(그 말은 사실인 듯, 반창고 붙은 뺨 긁적이려다 채 긁지 못하고 뺨을 움직거린다.) 다 다른 사람들이니까, 첫인상도 다르겠죠. 그래도 똑같은 말은 있어요, 말 짧다고.(그래서 이런 것도 귀찮은데, 무슨 말을 더 해야하나싶어 입술만 꾹꾹 문다.) 그래도 상대방이랑 말하기 싫어서 말 짧게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말수가 없어요.(더 해야하나, 계속 눈치만 살피고 있다.) 누구는 크게 싫어하고 누구는 크게 좋아하고, 그런 건 없다고 생각하는데...(손가락을 꼼질거린다.)"
[그래요? 그래도 친한 친구들은 몇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친구들인가요?]
"아... 친한가?(창 밖으로 고갤 돌린다. 창 밖에 서 있는 친구들의 날카로운 눈빛에 멍하니 대답한다.) 그렇다고 대답 안 하면 맞을 것 같네. 농담이에요, 괴롭히는 애들은 없거든요.(농담과 진담의 억양 차이가 하나도 없어서 헷갈린다 말 한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농담이라 말을 붙이곤 시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냥, 제가 놀려먹기 좋대요. 이유는 모르겠고-... 아, 제가 좀 덤벙거려서 챙겨줘야한대요. 왜지.(꼼질거리던 손가락의 붕대가 풀어지는 걸 감고 있자니, 져지 주머니에서 휴대폰이 툭 떨어진다. 눈치채지 못 한 듯, 손가락 붕대가 제대로 감겼다는 것에 만족한 것 같다.)"
[좋은 친구들인가봐요. 그나저나, 왜 이렇게 붕대를 많이 감고 있어요?]
"그냥, 자주 다쳐요. 사람이랑 싸워서 다치는 것보다는 동아리 활동하다 다치거나, 아니면 그냥... 넘어져서나 부딪쳐서...? 사물함에 발가락 찧고, 서랍에 손가락 낑기고. 계단에서 발 헛디디고 그래요. 덤벙거린다고 애들이 그래요.(아, 아까 했던 말인가. 눈 느릿하게 꿈뻑인다.) 신발 잃어버리고, 옷 뒤집어입고... 그래도 애들이 도와주기도 하고, 태권도를 해서 그런지 크게 다치고 그러진 않아요. 다 자잘한 거.(아까운데, 그런 눈빛이었다. 감았던 붕대를 풀어보이니 그 말은 사실인 듯 얕은 상처들만 있었다.)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냥 그렇다고요."
[어떤 오해들을 받았길래 열심히 감았던 붕대를 다시 푸나요?]
"누가 괴롭히냐, 스스로가 괴롭히냐 그런 거. 주변에 그럴 사람은 없고, 저도 굳이 그러진 않아요. 일일히 설명하는 게 더 귀찮아서...(아직 덜 나았는지 붉은기 다분하다. 다친 살갗을 쓸어보다 붕대를 도로 감는다.) 왜 굳이 붕대를 푸냐고, 말로 해도 되지 않냐고도 그러긴 하는데... 큰 상처가 아니라 아픈 것도 아니고, 징그러웠으면 미안해요.(별로 미안하지 않은 소리지만, 이런 잔소리를 자주 들어왔는지 형식적인 소리였다.) 제가 좀, 하고싶은대로 해서. 하지마라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하지마라는 이유는 몰라도, 싫으니까 그런거겠지싶어서.(이렇게 말을 길게 하는 건 별로인데, 표정 작게 찌푸려진다. 더운지 셔츠자락을 펄럭거리다 져지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어... 휴대폰...(잃어버렸다 생각하는지 바닥에 떨어진 휴대폰을 찾을 생각도 없는 듯, 조금 시무룩한 표정일 뿐이다.)"
[ 태권도 ] 동아리 활동은 어떠셨는지요.
즐거우셨나요. 의미 깊었나요.
무기력하셨나요, 흥미가 생기지 않으셨나요.
"뭐... 옛날부터 해오던 거라서, 그냥 했어요."
[언제부터 하셨나요?]
"언제더라... 유치원인가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으로 하던 거, 계속 했어요. 나름 재밌고, 잘 하는 편이고... 아, 이번에 고등학교 대회 나가서 금메달도 땄고...(더 해야 할 말이 있는건가싶어 눈을 꿈뻑이며 생각한다. 하지만 이정도면 말 많이 했고, 더 말 할 게 있을까. 말 끝맺는 것도 까먹고는 그저 멀뚱히 바라본다.)"
귀인, 당신을 더 알고 싶어요.
혹시 제가 너무 많은 걸 바라고 있나요?
"아뇨... 근데 뭘 말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어... 8월 17일이 생일이에요. 그리고... 어... 뭐더라, MBTI? 애들이 하라고 시켜서 해봤고, 뭐더라... 여튼 해봤어요. 잘하는 건... 태권도...? 그리고 머리는 염색이에요, 눈은 원래 눈이고. 누구였더라, 염색 시켜준다해서 회색 했어요. 마음에 들어요. 근데 유지하기 귀찮은데..."
[좋아하는 거나 싫어하는 거는요?]
"좋아하는 거... 음... 운동 좋아해요, 태권도 좋아하고. 또... 노래 듣는 거 좋아해요, 취향이라 할 건 없고요. 조깅 할 때 듣는 게 좋아요. 그리고, 음...(한참을 생각하다 겨우 말 덧붙일 것 생각난 듯.) 아, 요구르트 좋아해요. 급식에 나온 요구르트 뺏으려고 하던 애가 있었는데, 좀 싸울 뻔 했어요. 그리고, 싫어하는 거... 크게 없는데... 음... 어...(말 많이 하는 거 참 힘들다, 그런 생각하는 눈빛 선명하다.) 더러운 거 싫어해요, 그래서 운동하고 못 씻는 게 제일 싫어요. 얼굴에 뭐 좀 바르라고, 로션은 안 바를 것 같다면서 누가 미스트 주긴 했는데... 귀찮은 것도 싫어해요.(입 꾹꾹 다무는 얼굴이 조금 퍼석해보인다.)"
[그나저나 얼굴이 왜 이렇게 안 좋아보이지, 건강은 괜찮아요?]
"아... 오늘 미스트 뿌리는 거 까먹었나... 좀 자주 까먹긴해요.(고개 끄덕인다.) 음... 운동도 하고 그래서 힘은 좋은데, 건강이 좋은 건 아닌 것 같아요. 양호실 자주 가요. 만성 두통도 있고, 자는 걸 좋아하는데 불면증 있어요. 그래서 피곤해요.(하품 빠끔하고, 마른 눈가 손등으로 비빈다.) 그래도 양호 선생님이 자리 비울 때 나한테 자리 맡기고 간다는 이야기는 그냥 소문이에요. 몇 번만 그랬지, 뭐...(더운 듯, 계속 셔츠자락을 펄럭인다.)"
[더우면 져지 벗어도 괜찮아요.]
"아, 네.(바로 져지를 벗는다. 눈치를 보더니 단추도 한개 더 푼다.) 열체질이라서, 좀 더워요. 왜 아직 춘추복이지, 난 죽겠는데... 자켓보다는 져지가 편하기도하고 얇아서, 좋아요.(곧 여름인데, 잠시 얼굴에 절망이 지나간다.) 여름... 진짜 살기 싫어요... 그래서 겨울이 좋아요. 반팔이랑 체육복 바지에 롱패딩만 입고 다니고싶다... 그래서 동아리 활동에 남자들만 있으면 도복 안에 다른 옷 안 입어요."